지금부터 5000년 전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지하에서 스며 나오는 검은 액체를 발견하게 된다. 경험적으로 이것이 부패를 막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본 이집트인들은 천에 적셔 미라를 만들 때 사용했다. 이 액체가 석유의 한 종류로 알려진 아스팔트이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이 아스팔트의 점성을 살려 기와를 올릴 때 접착제로 사용하기도 했다.
소위 유전이라는 이름으로 석유를 파내기 시작한 것은 19세 중반 미국이었다. 당시의 석유인 등유는 에너지라기보다 두통과 치통 등을 치료하는 의약품으로 사용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1855년 실리먼 교수의 보고서가 발표되자 석유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실리먼은 석유가 다양한 물질로 분류될 수 있으며 램프에 사용될 수 있는 양질의 기름도 매우 값싼 공정으로 얻어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1859년 8월 27일 에드워드 드레이크는 펜실베니아주 타이터스빌의 21미터 지하에서 극적으로 유전을 발견하게 된다. 21미터만을 파서 석유의 유전을 발견하다니 신이 석유의 전성시대를 허락한 듯하다.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오일러쉬가 일어나고 석유의 놀라운 활용성이 인식되면서 현재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 존재가 되어 버렸다. 검은 방부제가 검은 다이아몬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석유를 정제하면 경유, 등유, 휘발유(가솔린), LPG, 중유 등이 나온다. 이것들은 산업 전반에 쓰이는 데 무엇보다 자동차, 비행기 등의 교통수단의 필수 동력원으로 쓰인다. 또한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은 그 사용 범위가 전 산업에 걸쳐 있을 만큼 엄청나다. 석유는 교통수단의 동력원으로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진화시키고 전 산업 발전의 원재료를 감당하는 생명수가 되어 버렸다.

1. 석유와 원유
석유와 원유는 같은 것일까? 같이 사용해도 무방하나 엄밀하게 말하면 다르다. 석유는 보통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탄화수소의 혼합물을 거의 뭉뚱그려 석유라고 한다. 하지만 원유는 여러 석유 중에서 유전에서 퍼올린 천연의 탄화수소를 말한다.
그런데 원유는 원유를 이루고 있는 구성비율과 상태에 따라 350종류 이상으로 분류된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분류가 비중이 가벼운 기름이 들어 있는가 무거운 기름이 함유되었는가에 따라 경질유, 중(重)질유로 나뉘고 그 중간은 중(中)질유로 나뉜다.
2. 원유 가격 결정
원유 가격 결정은 과거에는 ‘세븐 시스터즈’라고 불리는 석유 메이저와 OPEC(석유수출입기구) 등의 카르텔을 형성해 가격을 정했다. 하지만 산유국들의 유전 국유화로 인해 석유 메이저가 몰락하고 이후 1, 2차 석유 파동으로 OPEC의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원유 가격 결정권은 ‘시장’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세계 원유시장은 산유국의 석유회사와 도매업체,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로 구성하여 가격이 결정된다. 그러나 특이할만한 것은 원유 가격이 현재 석유의 수요와 공급에 의한 현물거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장래의 투자 의향이 담긴 선물거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세계 원유시장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시장은 세 군데가 있다. 먼저 아랍에미리트 연합의 두바이 원유를 주로 수입하는 아시아시장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 원유의 77% 정도가 중동산 두바이유이다. 둘째는 런던 시장을 중심으로 한 유럽시장으로 영국 북해에서 채취되는 브렌트 원유를 거래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뉴욕시장으로 서부 텍사스 중질류로 불리우는 WTI(West Texas Intermediate)를 거래한다. 품질은 WTI, 브렌트유, 두바이유 순이며 가격도 보통 그런 순이다. 하지만 거래량이 많은 WTI 가격이 지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통 우리의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르게 석유 가격은 중동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움직임에 변화가 생겨났다. 수급 문제와 지정학적 문제 등으로 인해 WTI가 가장 싸진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3. 원유시장 메커니즘
시장은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이 있다. 현물시장은 현물인 상품을 돈(화폐)과 거래 당일에 거래하는 시장이다. 선물시장은 당일 상품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가격으로 미래 약속한 날짜(만기)에 상품을 받겠다고 약속을 하는 거래를 하는 시장이다. 계약 시점과 현물의 인도 시점이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현물가격이 높을까 선물가격이 높을까? 보통은 선물가격이 높다. 왜냐하면 미래의 계약한 날짜까지 보관하는 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그 상품을 보유함으로 이익을 보는 상황이라면 현물가격이 높을 수도 있다.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의 차이를 베이시스(basis)라고 한다. 만약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상황, 즉 베이시스가 ‘+’가 되면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콘탱고(Contango)라고 부른다. 반대로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작은 상황으로 베이시스가 ‘-’가 되는 상황이 되면 우리는 백워데이션(Backwardation)라고 한다.
베이시스(Basis) = 선물가격 - 현물가격
베이시스 > 0 = 콘탱고
베이시스 < 0 = 벡워데이션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콘탱고 시장이 정상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원유시장의 경우는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작은 백워데이션 시장이 정상적인 시장이다. 석유시장의 공급자 중심의 시장으로 그 생산량이 한계가 있어 당장 현물이 필요할 때는 웃돈을 더 주고 사야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유시장에 참가하는 많은 투자자들은 현물에 관심이 있기보다 대부분 시세차익을 위해 뛰어 든다. 만약 개인이 석유 현물을 거래한다면 석유를 어디다가 보관할 것인가? 그래서 원유시장은 현물이 아닌 선물시장 중심으로 돌아가고 만기 시점의 차익만을 결제한다. 이것이 바로 앞에서 설명한 원유 가격은 선물거래로 이루어지는 이유이다.
4. 플레이어들 - 석유메이저, OPEC, IEA
원유와 관련된 기사가 나올 때 마다 늘 등장하는 세명의 플레이어들이 있다. 석유메이저, OPEC, IEA이다.
석유 메이저란 원유의 생산에서 정제, 그리고 석유제품의 판매까지 일련의 사업을 국제적으로 전개하는 거대 자본의 석유회사를 말한다. 특히 미국의 엑슨, 모빌, 텍사코, 소칼, 걸프오일과 영국의 BP, 네덜란드-영국의 로열더치셀의 ‘세븐 시스터스’라고 불리우는 7개 석유 메이저들은 20세기 중반까지 세계 석유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1960년대 70% 가까이 원유시장을 점령하던 그들이었지만 1990년대 후반에는 점유율이 10%정도로 추락했다. 그 이유는 유전의 국유화와 1970년대 1차 오일쇼크로 영향력을 확대한 OPEC의 등장 때문이다. 현재 ‘세븐 시스터즈’는 사라지고 액슨모빌, 로열더치셸, BP, 세브론의 4개회사만이 근근이 버티고 있다.
원유하면 역시 OPEC(석유수출국기구)이다. OPEC은 석유 생산량과 가격을 조정하고 수출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 기관이다. 현재 사이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남미의 베네수엘라 등의 13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OPEC은 세븐 시스터즈에 대한 반격으로 구성된 기구이다. OPEC 가맹국들은 석유 파동 등을 통해 석유 메이저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고 자국내 석유회사를 국제법으로 압박하면서 국유화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이후 OPEC은 원유 생산량과 가격을 결정하는 이권을 손에 넣자 공급 감소를 통해 가격을 급등시켰다. 다년간 배럴 당 2~3달러로 유지되던 유가가 1980년대에 이르자 배럴당 34달러로 10배이상 폭등했다. 그러나 이러한 유가 급등은 원유 수요 축소라는 역효과를 내었고 중동 이외의 북해 등지에서 유전이 발견되면서 OPEC의 독점권력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면서 OPEC 카르텔의 결속력도 약해져 앞 다투어 증산하기 시작했고 유가는 1980년 중반 배럴 당 10달러까지 폭락하였다. 글로벌 수요 축소와 가격 폭락으로 OPEC은 가격 결정권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후 원유가격의 시장에 손에 넘어가게 됐다. 이후 점유율이 30%까지 추락하였지만 최근 중국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아시아에서 중동산 원유 수요가 늘어 점유율 50%라는 과거의 명예를 회복하는 중이다.
공급자들이 뭉친다면 소비자들이 안 뭉칠수 없는 노릇. OPEC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세계 주요 석유 소비국으로 구성된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이다. IEA는 원유의 안정적인 수급 구조를 확립하고 원유 위기 발생시에 회원국의 수요 억제와 장기 에너지 계획 등을 담당하고 있다.

IEA는 OPEC이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자 이에 대항하고자 1974년 미국, 영국, 서독, 일본 등을 중심으로 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내부조직으로 설립됐다. 본부는 파리에 있으며 2011년 현재 28개국이 회원국으로 있으며 우리나라도 가입했다. IEA는 평소에는 조용한 기구이지만 석유 위기 시 영향력을 발휘하는 원유 세계의 중요한 단체이다.
5. 오일머니
앞에서 살펴 보았듯이 원유가격은 시장에 의해 결정되며 단순한 원유의 수요와 공급에 의한 것이 아닌 재정거래를 위한 투기세력들의 참여를 통해 달라진다. 그런데 원유 시장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투기 세력들 중 큰 손이 아이러니 하게도 오일머니이다.
원유가격이 배럴당 10달러가 상승하면 산유국들의 수입은 연간 약 1000억달러가 증가한다. 이들 산유국들은 원유를 팔아 번 오일달러를 시장에 투자한다. 자연스럽게 원유가격은 올라가고 다시 산유국들의 수입을 증가시킨다. 증가된 오일머니는 다시 시장에 투하된다. 이러한 산유국들의 장난이 원유가를 끌어올리기도 한다.
실제로 일본의 미즈호 종합연구소는 산유국이 투자로 돌린 오일머니가 8849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으며 2008년 금융위기에 불안정한 금융시장을 벗어나 원유시장으로 간 이런 오일머니와 여타 다른 투기자금과 합쳐 유가를 급등시켰다. 2008년 7월에는 WTI가 147.27달러를 찍기까지 하였다. 오일머니, 꼭 주목해야할 대상임이 틀림없다.
6. 원유와 물가
기름 한방울도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IEA(2005년)에 따르면 석유 수입량은 세계 4위, 석유 소비량은 세계 7위에 랭크되어 있다. 1970년대 석유파동을 기억하다시피 유가의 변동은 국내 경제와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유가가 10% 상승할 때 GDP 성장률은 0.1%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p 증가한다고 한다.

원유가가 오르면 원유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동력원료들의 가격이 올라 물가를 끌어 올릴 것이다. 또한 플라스틱, 함성섬유 등의 석유화학제품들도 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원유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식료품가격이 오르는 수가 있다. 그것은 왜일까?
먼저 식료품의 담는 용기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컵라면의 컵, 각종 과자 봉지 등 식료품의 용기들은 석유로 만든다. 자연스럽게 제품가격이 올라간다. 채소나 과일은 어떨까? 원유가 상승은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의 난방비용이 증가한다. 물론 채소나 과일 가격이 올라간다.
좀 거시적으로 보자. 요즘 주목받고 있는 대체 에너지가 바이오에탄올이라는 것이 있다. 바이오에탄올은 옥수수나 사탕수수로 만든 것인데 미국에서는 주로 옥수수를 사용한다. 고유가시대를 맞이하며 바이오에탄올이 각광을 받자 미국 농가들이 너도 나도 오렌지, 콩, 밀밭을 갈아 업고 옥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2007년 미국에서는 에너지로 쓰이는 옥수수가격이 뛰었다. 경작 면적이 적어진 오렌지, 콩, 밀은 어떻게 될까? 당연히 공급 감소로 인해 가격이 오른다. 그런데 옥수수 가격 상승이 예기치 않은 연쇄효과를 발휘한다. 소와 돼지 등의 가축의 사료로 옥수수가 많이 씌었는데 사료값이 상승한 것이다. 이는 축산비용의 증가를 불러와 육류 가격을 끌어올렸다. 유가에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가공할 만 하다 하겠다.



금융


댓글(2)
존 D 록펠러. 포브스 선정 인류에서 가장 부유한 75인중 역대 1위에 해당. (기업가 중에서 선정한듯)
엄청나게 큰 산업이 생겨났다는 점과 그 산업을 혼자서 가진 사람이 등장했다는 것. 그렇지만 민주주의에 의해서 그러한 독점을 해체 시켜냈다는것이 경제사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것 같습니다.12.02.09 17:12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12.02.12 09: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