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향방을 알고자 하는 욕망은 단순히 수출입기업 뿐 아니라 국가 경제 전략을 구상하는 정부에서부터 기러기 아빠에 이르는 개인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만약 환율을 결정하는 이론이 있어 그 이론만 정통하면 환율을 잘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는 환율결정이론과 환율 예측에 무엇을 염두해 두어야 하는지 간략하게 알아보도록 하자.

환율 결정 이론 중 가장 유명한 이론은 구매력 평가이론(theory of purchasing power parity, PPP)일 것이다. 이 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은 일물일가의 법칙(law of one price)이다. 일물일가의 법칙은 말 그대로 모든 재화는 각각 하나의 가격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2개의 국가가 하나의 동일한 재화를 생산하고 수송비용과 무역장법이 거의 없다면, 이 재화의 가격은 어느 국가가 이 재화를 생산하는가에 관계없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미국산 철강이 톤당 1달러이고 동일한 한국산 철강이 톤당 1,000원이라고 하자. 일물일가의 법칙을 적용되기 위해서 미국산 철강은 한국에서 1,000원에 팔려야하고 한국산 철강은 미국에서 1달러에 팔려야 하기 때문에 환율은 1달러당 1,000원이 될 것이다. 그런데 환율이 1달러당 500원이 되었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한국산 철강은 팔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1,000원으로 미국산 철강 2톤을 사서 한국에서 팔면 2,000원이 되어 1,000원의 이득을 취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에 따른 가격차를 이용해 거래 차익을 거두는 것을 아비트라쥐(arbitrage)라고 하는데. 이러한 아비트라쥐는 환율이 다시 1,000원이 될 때까지 이루어질 것이다.

구매력 평가이론은 단순히 일물일가의 법칙을 개별 가격이 아닌 물가수준에 적용한 것뿐이다. 두 화폐간의 환율은 두 국가의 물가수준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조정된다는 말이다. 한국의 물가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으면 환율이 하락하고(원화 평가절상) 반대로 한국의 물가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으면 환율이 상승한다는(원화 평하절상) 이론이다.

예를 들어, 현재 환율이 1,000원인 상태에서 ‘빅맥’ 햄버거가 미국에서는 1달러이고 한국에서 1,200원이라면 한국의 빅맥이 20% 더 비싼 것이다. 구매력 평가이론으로 볼 때 환율은 800원이 되어야 균형 환율이라는 것이다.

1986년 9월 영국의 시사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각 나라의 구매력 평가를 비교하는 경제지표로 ‘빅맥지수’라는 것을 처음 사용했다. 맥도날드사의 대표적인 햄버거 빅맥은 전 세계 어느 매장에서나 살 수 있고, 크기와 값이 비슷하기 때문에 각국에서 팔리는 빅맥의 값을 통해 물가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이론은 얼마나 현실 환율에 부합할까? 1973년부터 2002년 말까지, 영국의 물가수준은 미국의 물가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99% 상승했고, 달러는 파운드에 대해서 73%정도 절상했다. 얼핏 맞아 들어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 1985년 초부터 1987년 말까지의 영국의 물가수준이 미국의 물가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했지만 이론과 전혀 다르게 달러는 파운드에 비해 40%나 폭락했다. 이 구매력 평가이론은 그야말로 단기 예측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중장기 환율에 대해서도 약간의 정보만을 제공해 줄 뿐이다.

이 이론은 세 가지 정도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먼저는 수송비용과 무역장벽이 거의 없다는 전제이다. 특히 무역장벽의 경우 환율에 적잖은 작용을 한다. 수입되는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인 관세나 그 양을 제한하는 쿼터제의 경우 환율에 따른 국제 가격 경쟁력을 어느 정도 왜곡시킬 수 있다. 두 번째, 재화가 동일한 것이라는 전제도 애매하며 또한 재화가 동일하다가 하는 것들도 가격은 다를 수 있다. 과연 BMW와 현대기아차가 가격이 같아야 할까? 마지막으로 구매력 평가이론은 많은 재화와 서비스들이 국경을 넘지 않고 내수에 머무른다는 것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이 이외에도 국제수지가 중장기적인 환율에 반영된다는 ‘국제 대차 이론’ 이나 개별 경제 주체들의 외화에 대한 종합 평가가 환율에 나타난다는 ‘환심리 이론’ 등 환율을 예측하기 위한 다양한 이론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들이 실제적인 환율 예측에는 크게 도움이 안되는 실정이다.

어찌 보면 장황하기도 한 이러한 이론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끄집어내는 것은 이러한 이론들이 경제학 원론에서는 무슨 중대한 환율 법칙인양 나오기 때문이다. 암호화된 수학을 대동하고서 말이다. 특히나 환율 결정 이론들은 환율 시장에 작용되는 수많은 요인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아니 담아 낼 수도 없다. 그러기에 예측의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외환시장은 어느 금융시장보다 난해한 곳이다. 정보의 불완전성과 그것을 감싸고 있는 게임이론적인 환경이기에 어느 것 하나 단정해서 예측할 수 없다. 오죽 하면 랜덤 워크 (random walk) 즉 무작위로 움직인다는 것이 하나의 이론이라고 나올까. 최전선에 있는 외환딜러들도 매매 할 때 50%정도는 감에 의존한다고 한다.

그러나 환율의 이 불확실성을 그냥 모른척하는 것을 우리나라의 경제구조가 결코 허락하지 않다. 국민 경제 전체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환율 예측을 위해 우리가 점검해야할 사항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시장 앞에 겸손해야 한다. 일개 개인으로 시장에 대항해서는 안된다. 어쭙잖은 이론과 정보로 환율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자만을 버려야 한다. 예측은 언제나 틀릴 수 있다는 마음 가짐이 있어야 한다.

2) 자본의 이동 경로를 주시해야 한다. 환율시장 자체는 소위 경제학에서 말하는 완전경쟁시장에 가장 가까운 시장이다. 수요와 공급 법칙이 절대적으로 지배한다. 달러가 많이 공급되면 환율은 내려갈 것이고 달러의 수요가 늘어나면 환율은 상승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환율 상승을 야기하는 재료가 많다하더라도 시장에 달러가 공급되면 환율은 하락하게 되어 있다. 수급을 이기는 재료는 없다. 재료를 뭉개는 수급은 정부 정책을 통한 개입일 수 있으며 그것을 역이용한 환투기세력의 농간일 수도 있다. 아니면 급한 매물이거나 실수일 수도 있다. 환율 변동의 재료에만 매몰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3) 경제 구조와 현재 자본의 흐름 상태를 종합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97년 아이사의 외환위기를 겪은 많은 국가들이 지속적인 경상 수지 적자이지만 환율은 안정된 상태였다. 자본수지가 흑자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자본들은 해외자본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때 해외 자본이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비기축통화 국가가 숙명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제구조를 알아야 하며 그러한 구조적 불완전성에 비정상적인 자본의 이동이 있을 시 환율이 극심하게 변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현재 자본의 흐름이 왜 움직이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이를 경제 구조와 종합적으로 분석할 때 향후 움직임도 예측할 수 있다.

4) 거시경제지표를 챙겨야 한다.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자본수지, 주가지수, 금리 등은 환율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러한 지표들에 따라 자본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이해해야 한다.

5)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을 주시해야 한다. 달러로 결재되며 거의 전량을 수입하기 때문에 이러한 가격들의 상승은 수출 채산성을 저하시켜 경상수지 악화를 가져와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

6) 정부의 성향과 정책 방향을 인지해야 한다. 친기업적인 성향의 정부가 정권을 잡았다면 수출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환율 상승을 유도하기도 한다. 또한 금리 인하나 통화량 증가를 통해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어떠한 경제정책을 펼치는 것인지 주시해야 한다.

7) 우리나라 환율은 기본적으로 원화와 달러화를 비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달러가 세계적으로 약세에 돌아섰다고 해서 꼭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지 않을 수 있다. 원화의 약세 요인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환율이 달러 강세 요인으로 올라간 것이라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달러가 약세임에도 불고하고 환율이 상승한다면 국내 경제에 큰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방법에도 불구하고 모든 가격 변수들의 예측과 마찬가지로 환율 예측은 ‘신의 영역’이거나 ‘바보의 영역’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혀 신뢰하지 않는 인물이지만 현재 미국 백악관 경제팀 국가경제위원회위원장 로렌스 서머스(Lawrence H. Summers)가 했다고 전해지는 환율예측에 관한 촌철살인의 조크가 있다. 개인적으로 각종 경제서에 나온 여러 환율이론보다 환율예측의 본질에 대해 더 날카롭게 말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인슈타인이 죽어서 천국에 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신은 천국의 입구에서 아인슈타인에게 한 가지 일을 맡겼습니다. 그것은 천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직업을 정해주는 일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천국의 입구에 앉아 들어오는 사람들의 면접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들어온 사람은 척 보기에도 머리가 좋아 보이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당신은 IQ가 얼마입니까?”

남자는 대답했습니다.

“200입니다.”

그러자 아인슈타인이 마했습니다.

“그럼 상대성이론을 연구하십시오.”

다음에 등장한 것은 IQ가 150인 남자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이 그 남자에게 정해준 것은 ‘세계경제를 예측’하는 직업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타난 것은 IQ가 60인 남자였습니다. 그것을 들은 아인슈타인은 엄숙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환율이나 예측하고 계시죠.”

  •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환율과 연예하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