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에너지 공포로 몰아넣는 오일 피크(oil peak)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오일 피크란 어떤 유전의 채굴 가능 매장량이 피크인 반을 넘어선 단계를 말한다. 다시 말해 뽑아낸 석유가 앞으로 뽑아낼 석유보다 많다는 것이다. 높이 올린 공이 피크에 이르면 이제 남은 것은 내려갈 일만 남았다. 오일 피크이론은 석유라는 것은 한정되어 언젠가는 바닥날 것이라는 직관적 인식 그리고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에 따른 수요 급증에 대한 생각이 결합하여 오늘날 우리에게 암울한 미래를 연상케 하고 있다.

2008년 실제로 권위 있는 과학지인 <네이처>에 오일 피크에 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연구에 의하면 세계 석유 생산량은 10년 이내에, 천연가스는 20년 이내에 오일 피크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오일피크 연구단체인 ASPO(세계피크오일연구협회)의 회장이자 석유지질학자인 캠밸은 2010년 전후로 오일피크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로 현 시점이 세계 석유의 정점을 찍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과연 이들의 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1. 석유종말론의 역사

우려스럽게도 석유 매장량에 대한 역사는 거짓과 오판으로 점철되어 있다. 석유 매장량에 대한 대대적이고 국제적인 사기는 지금까지 세 번 정도 있었다. 첫 번째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시작되어 1930년 엄청난 석유 과잉으로 사그러들었다. 두 번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시작되어 몇 년 계속 되어가다가 1970년에 이를 즈음 석유 생산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그 꼬리를 감췄다. 세 번째는 세계를 불황의 늪으로 몰아 넣었던 1, 2차 석유파동으로 석유의종말론이 최고조에 이르렀으나 1986년 완벽한 반전으로 사라졌다. 21세기 천년을 지나는 대격변기에 석유종말론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새로운 석유에 대한 종말을 이곳 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2. 진실을 찾아서..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석유 매장량을 산출할 때 ‘현재 이미 발견된 유전에서 지금의 기술로 석유를 퍼올린다’는 전제 조건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석유 매장량의 키워드는 곧 ‘유전’과 ‘기술’이 된다. 그런데 ‘현재 이미 발견 된 유전’이라고 하는 것도 ‘지금까지 발견된 유전 중 원유가 있을 확률이 90% 이상인 곳’만을 뜻한다. 그 이유는 유전이 있는 것 같아도 굴착해 보지 않으면 어느 정도 채취할 수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력은 어떨까? 현재 유전해서 채취할 수 있는 원유는 평균 30%에 불구하다. 즉, 남은 70%의 원유는 그대로 땅 속에 묻혀 있다는 말이다. 만약 기술력과 석유에 대한 지식이 증대될 경우 석유 매장량은 증가할 수가 있다. 다음은 레오나르도 마우게리의 <석유의 진실>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캘리포니아의 컨 리버필드는 1899년에 개발되었습니다. 43년간의 채취 후 1942년에 ‘남아 있는’ 매장량은 54만 배럴이었습니다. 다시 43년이 지났지만 54만 배럴을 넘어 736만 배럴이 생산되었습니다. 1986년에 970만 배럴이 더 남아 있었다는 것입니다. 석유 매장지는 변하지 않았지만 매장지에 대한 정보는 변해온 것입니다.

- 석유 경제학자 모리스 마델만

가스 매립지였던 트롤은 시추작업하기에는 석유가 너무 적었다. 한때 석유는 효과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기술발전으로 석유 매립량이 1990년~2002년 5배로 증가했다. 그 기간 동안 회복률은 70%나 증가했다.

- 국제에너지협회

이 두 가지 이외에도 기술발전과 매립지에 대한 지식으로 매장량이 늘어나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1948년 매장량과 현재 생산량의 사이의 비율은, 남아 있는 석유 매장량이 20.5년간 사용 가능하다고 발표되었었다. 그런데 1973년에는 32.7년이 사용가능하다고 했으며 2005년에는 38년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2020년에는 몇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할 것인가?

3. 숨어 있는 비일반석유

현재 세계 석유의 매장량 변화를 계산할 때 끼지 못하는 존재가 있다. 비일반석유로 합성중질원유, 초중질원유, 혈암유, 역청탄을 말한다. 2001년 발표에 의하면 이 양은 무려 4조 배럴에 이른다고 한다. 현재 캐나다나 베네수엘라는 자국의 비일반석유 자원에 열과 화학적 처리를 해서 합성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비일반석유자원의 중요도는 기술의 발달로 생산비가 줄어들수록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왜 비일반석유가 찬밥 신세일까? 다른 이유가 있다. 비일반석유가 공식적으로 석유수치에 포함될 경우 일반 석유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다. 석유가 저렴해 지게 된다. 비일반석유 뿐 아니라 막대한 규모의 오일 샌드 또한 각광을 받고 있으나 아직 전면에 등장하진 않고 있다. 현재 원유가가 더 올라가거나 오일 샌드 원유 시추 비용이 절감될 경우 석유 매장량은 달라질 것이다.

4. 끈질긴 협박

석유 종말론자로서 가장 영향을 끼치고 있는 자가 바로 앞서 소개한 ASPO의 창설자이자 회장인 캠밸이다. 그의는 세계 석유자원은 곧 오일 피크에 도달하여 매장량이 빠르게 고갈될 것이라고 말하며 이에 따라 원유가가 치솟고 대체 에너지의 시급한 개발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러나 재밌는 사실은 캠벨이 궁극적으로 채취가능한 석유자원의 추정치를 1989년, 1990년, 1995년, 1996년, 2002년 5번에 걸쳐 수정했다. 물론 매장량이 증가된 것으로 말이다. 1989년에 1조 2,700억 배럴로 예상했지만 오늘날에는 2조 배럴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앞서 예측한 2010년이라는 오일 피크 시점도 2004년이 되자 2008년으로, 2008년이 되자 2010년으로 무책임하게 바꾸었다.

5. 진실과 협박사이에서..

석유는 언젠가 고갈될 것이라는 것도 사실이며 현재 중국과 인도 등 규모가 큰 나라들의 경제 성장으로 석유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과 지식의 발달로 석유 매장량이 예년보다 증가했던 것도 사실이며 섣부른 석유 종말론이 사라졌다가 다시 부활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살펴 볼 때 우리는 진실 그 어딘가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 석유위기를 이야기하는 이들의 협박을 생각해 본다. 협박으로 이득을 얻을 세력들은 누구일까? 석유 위기를 조장하면서 대체 에너지를 주창했지만 역사는 석유(에너지) 패권자들이 대체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억압해 왔다고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리고 원유 가격은 원유시장에서 투기의 세력과 함께 춤 춰 왔다.

에너지가 패권의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진실과 협박사이에서 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저 그 사이에서 두리번 거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