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올렸던 지난 글들을 읽는데.. '개패'님이 좋은 말씀 해주셔서 답글을 올려봅니다.

출처: http://estin.net/forum/talk/id/310

개패님의 글을 인용하면, "돈을 찍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것은 0.01%의 입맛에 맞는 해결책이지요. 케인지안의 해결책은 더 큰 위기를 불러 올 듯 합니다."

위 글에 매우 많은 고민, 좋은 생각거리가 담겨 있는 듯 하여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개패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양적완화를 비롯한 통화공급 확대정책은 소득재분배 정책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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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재정위기 해결책 ① - 일부 국가의 유로존 탈퇴

EMU 체제의 장점과 단점 중에서 지금은 단점이 월등하게 더 부각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에 이어 이탈리아와 스페인 마저 재정위기 공포가 확산되는 만큼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국가가 경쟁력을 잃어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또 그 적자가 정부로 이전되어 재정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상황에서 거론될 수 있는 해결책은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환율을 조정하는 것이다.  스페인을 예로 들어본다면, 유로화를 폐기하고 예전 통화(페세타)를 다시 사용하며 대규모 평가절하를 단행하면 스페인의 기업들도 일거에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한 가지의 중대한 문제가 존재하는 데,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스페인의 은행이 ‘뱅크런’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서 뱅크런이란 예금자들이 일거에 은행에 몰려가 예금 인출하거나 다른 은행 계좌로 이체시키는 일을 뜻한다.  은행 등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지급준비율로 규정된 일부의 자금을 제외하고는 이를 대출 등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거에 예금인출이 집중되면 큰 위기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스페인의 유로화 시스템 이탈 가능성이 1%라도 부각되는 순간, 대부분의 예금주는 일제히 은행에 뛰어가 유로화를 확보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2001년 말을 전후해 발생한 아르헨티나 외환위기다.  2001년 말 아르헨티나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 속에 미 달러화의 1:1 고정환율 제도(=통화위원회 제도)의 붕괴 가능성이 부각되었다.  당시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재정긴축을 단행하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기존 페소화 예금을 달러화 예금으로 갈아타면서 결국 외환위기를 맞이했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총 채무 구조조정액은 무려 1,026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 대부분은 금융기관 부실화에 따른 재정투자 자금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이런 어마어마한 외채 디폴트 사태로 인해 해외 채권단의 손실액(hair-cut)은 무려 70%에 달했으며, 2001년 이후 약 4년에 걸친 기간 동안 아르헨티나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자금을 융통하지 못하는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었다.[1]  물론 이런 엄청난 피해를 대가로 아르헨티나는 다시 경쟁력을 회복해, 2003년 이후 고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2001년 -4.4%, 2002년 -10.9%, 2003년 8.8%, 2004년 9.0% 성장).

 

이런 아르헨티나의 해결방법을 유로존에 적용하면 어떨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리스와 같은 약소국은 모르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 적용하는 것은 일대 재앙이 될 것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금융거래가 대단히 큰 규모로 전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리스만 해도 유럽 다른 나라가 보유한 채권 규모가 1,208억 달러에 이르며, 스페인은 무려 6,432억 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이처럼 금융거래규모가 확대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떤 나라가 유로화를 버리고 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한다는 것은 연쇄적인 금융시장의 패닉을 촉발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하게 된다.

 


자료: Bloomberg.

자료: BIS(2011년 6월 말 기준). 


[1] 대외경제정책 연구원(2008), “아르헨티나 국가채무 디폴트 가능성 분석과 전망”

 

 

유럽재정위기 해결책 ② - 재정긴축

국가의 경쟁력이 약화되어 재정적자가 크게 증가한 나라의 경제를 개선시키는 두 번째 방법은 물가와 임금, 그리고 지가를 충분히 떨어뜨려 경쟁력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금리의 결정권이 ECB에 있는 만큼, 금리인상이 불가능하니 재정지출 삭감 이외에는 ‘디플레이션’을 유도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정부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회복지관련 지출은 이미 40∼50년 이전에 맺어진 사회적 협약의 결과이기에, 일거에 사회복지관련 지출을 삭감하는 경우 대단히 심각한 정치적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더 나아가 강력한 재정긴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를 발생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산에 따르면, GDP대비 1%포인트의 세금인상은 그 다음해 경제성장률의 0.55% 포인트 하락으로 연결된다.  물론 재정지출을 삭감하는 데 따르는 성장률의 하락은 0.16% 포인트에 그치지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복지관련 지출을 일거에 줄이기 힘든 만큼 정치적으로 더욱 어려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재정지출의 감소 혹은 세금인상을 통해 재정을 건전화시키려는 노력은 정치적인 갈등을 초래하는 한편, 성장률을 추락시켜 세수를 더욱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유럽재정위기 해결책 ③ - 북유럽국가의 인플레이션 정책

경쟁력을 상실한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은 바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과도한 부채를 털어내고 또 통화의 평가절하를 유도하는 것이다.  물론 앞의 두 번째 선택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일국 차원에서 통화공급을 확대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유럽 중앙은행이 전체 유로화 사용 국가들의 정책금리 수준을 통제할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 중앙은행의 결정이 필요하며, 이는 최대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가인 독일의 협력이 필요하다.

 

먼저 과도한 재정적자를 지고 있는 나라를 위한 해결책이 인플레이션인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인플레이션으로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 1960년대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해보자.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대규모 재정적자가 발생했지만, 미국 정부의 순 부채는 오히려 줄곧 감소하기만 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바로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국가의 조세수입은 증가하며, 또 기존 채권의 가치는 큰 폭 절하되어 국가부채의 부담이 사라지게 된다.

 

이 부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원히 이자만 지급하고 원금은 돌려주지 않은 채권, 즉 영구채권을 생각해보자.  또 만기가 없는 채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 30년 만기 국채를 생각해보자.  이 채권은 반년에 한번씩 모두 60차례 이자를 지급한 뒤 원금을 상환한다.  지난 30년간 OECD 국가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 평균 5.4%라는 것을 감안하면, 30년 전 1 달러의 구매력은 78.9% 줄어든 21.1센트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이 채권의 가치는 사실상 이자지급에서 결정되며 원금 상환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제 만기를 100년으로 늘려보자.  그러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원금 상환액의 현재 가치는 달러당 1센트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장기채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 가치를 아주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즉 매년 지급하는 연금을 현재의 시장금리로 나누면 채권가격이 계산된다.  매년 100달러의 연금을 지급하는 영구채권이 있다고 가정하자.  시장 금리가 5%일 경우 이 연금 채권의 가치는 2천 달러가 된다(100달러/0.05=2,000달러).  만약 시장금리가 5%일 때 이 채권을 매수했는데, 시장금리가 10%로 상승했다면 이 채권의 가치는 절반으로 떨어진 1천 달러가 된다(100달러/0.1=1,000달러). 

 

따라서 채권의 가치는 시장 금리와 역의 관계임을 알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은 떨어지고,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가격이 오른다 만기가 아주 긴 채권은 거의가 이런 식으로 결정된다.  즉 채권 수익률이 1% 상승하면, 즉 5.00%에서 5.05%가 되면 채권가격은 1% 떨어진다.  결국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채권의 수익률을 상승시킬 수 있다면, 국가는 기존 발행한 국채의 떨어뜨려 부채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것이다.

 

자료: 유진, "유가증권의 이해"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더 짚어볼 것은 채권을 보유한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즉 사회의 1% 혹은 5%만이 국가가 발행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보험 등의 금융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한 것을 감안해도 결국 사회의 상류층 만이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인플레이션을 통해 국가부채를 줄이는 방법은 ① 불필요한 재정긴축을 피할 수 있어 저소득층의 생계곤란 문제를 해결하며 ② 부유층이 보유한 자산의 실질 가치를 떨어뜨려 국가부채를 해결하는 '소득재분배' 정책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