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저는 비관론자에 속하는데.. 이곳 estin.net에서는 낙관론자가 되네요.  제 학부전공이 역사학이었기에, 대공황당시 관련 책이나 자료는 거의 100편 가까이 읽었습니다.  그때 당시의 생활상을 보면 '사회주의 혁명'이 발생하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골콘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연구 등 추천합니다).  자급자족 경제로의 복귀라고 해야할까요?  아무튼 아이들도 출산하지 않던 시기였습니다(피임약 없는 시기인데 말입니다). 

 

1. 이대로 재정긴축 기조를 밀고 나가면?

양적완화 같은 통화공급 확대정책 펼치지 않고 재정건전화(라고 읽고 사실은 재정지출 축소라고 해석하는) 조치를 취하면, 유럽 경제는 어떻게 될까요? 

전 귀결은 '대공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먼저 재정지출이 감소하고 세금이 인상됨에 따라, 일단 경제성장이 둔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정책을 기피하고 있으니, 명목 GDP를 상향 조정할 방법도 없습니다.  예. 데이터가 더 나빠지니 신용평가회사들의 등급은 하향 조정됩니다.  물론 시장에서 조달하는 금리 수준은 상승합니다. 

결국 더 재정지출을 축소해야 하고, 또 사회보장급여도 삭감하려 들 것입니다.  그러나 40년 전 혹은 50년 전부터 연금을 내서 이제야 연금을 받고 있는 연금 수령자의 입장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우리 입장에서 40년간 연금내고 20~60세 소득의 50% 정도를 보장받을 줄 알았는데, 10년 더 일해야하고 또 연금도 젊을 때의 20%만 받으라고 이야기하면 그걸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결국 시위가 발생하며, 대대적인 총파업이 시작될 것입니다.  정치환경이 불안정해지니 자금이 해외로 이탈하며, 금융기관은 더욱 더 부실화됩니다.  산업생산도 둔화되며 생산성의 향상도 어려워집니다.  그 결과 GDP대비 총부채규모는 더욱 증가합니다.  그리스는 이미 이 수준까지 왔고, 이탈리아는 이 직전 단계까지 온 것 같습니다.

즉 현재의 긴축 정책기조를 그대로 밀고나가면 오히려 금융시장에서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에 대한 신뢰가 더욱 떨어지며, 이들 국가는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디플레이션+마이너스성장)을 겪게 됩니다. 

 

2. 통화공급 확대가 필요한 이유는?

제가 존경하는 학자, 크루그먼 교수는 이런 현상이 발생할 때의 해결책은 '통화공급' 확대라고 단언합니다.  크루그먼 교수가 그의 책 "불황경제학"에서 다음과 같이 통화공급 확대의 효과를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조금 길지만 이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 책 26∼31페이지).

이야기는 조안과 리처드 스위니 부부가 1978년 '통화이론과 그레이트 캐피톨 힐 베이비시팅 협동조합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논문을 요약한 것이다.  스위니씨 가족은 1970년대에 미국 국회의사당(캐피톨 힐)에서 일하고 있었고, 이때 150명의 비슷한 나이대 부부들이 베이비시팅 조합(육아조합)을 결정했었다.  이 육아조합은 다른 품앗이 조직들과 마찬가지로 쿠폰을 발행했다.  쿠폰 한장으로 한 시간 아이를 맡길 수 있었으며,  대신 아이를 돌보는 부부는 아이를 맡기는 부부로부터 시간 만큼 쿠폰을 수령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런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상당량의 쿠폰이 유통되어야 하는데, 부부들은 서로 앞 다퉈 쿠폰을 모으려고만 할 뿐 쓰지 않았다.  결국 불황이 왔다.  모두 쿠폰을 모으기만 할 뿐 쓰지 않으려 드니 점점 육아조합의 활동은 쇠퇴해졌고, 결국 육아조합에서 탈퇴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육아조합이 쇠퇴하고 활동정지 상태에 들어간 이유는 간단하다.  부부들이 아이를 잘 못 보는데 있는 게 아니라, '유효수요'가 부족했을 따름이다.  모으는 데에만 신경쓰고 쓰지를 않았기에 전체 활동이 둔화된 것이다.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  육아조합 관리위원회는 매우 단순한 답을 내놓았다.  쿠폰을 늘리는 것이었다.  어떻게 쿠폰을 늘리냐고?  간단하다.  몇달 지나도록 쿠폰을 쓰지 않으면 쿠폰으로 아이를 맡기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쿠폰 수령 후 2달이 지나면 30분 밖에 아기를 맡기지 못하는 식으로 조정한다.  즉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쿠폰의 저축을 막고, 소비를 장려한 것이다.  이 정책은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다.  쿠폰을 보유하는 게 오히려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안 부부들이 서로 쿠폰을 사용하려 노력해 육아조합의 불경기는 일거에 해소되었다.

(중략)  불황은 보통 대다수의 대중이 현금을 쌓아둘 때, 다시 말해 투자보다 저축을 할 때에의 문제이며, 이는 더 많은 쿠폰을 발행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현대 세계의 쿠폰 발행자가 바로 중앙은행이다. 

위의 에피소드에서 크루그먼 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정책이 시행되면 소비자들의 저축성향이 낮아질 것이며, 특히 저축을 많이하는 부유층들의 소비를 부각시키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부는 증가한 세수를 바탕으로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실질소득의 감소를 겪는 저소득층의 가계에 푸드쿠폰 등의 지원을 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