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이 필요한가?

얼마전 유럽중앙은행 드라기총재가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지 않겠다고 공언한 이후 주식시장이 폭락한 적 있었습니다(12월 9일).  왜 투자자들은 그렇게 양적완화 등 공격적인 통화공급 확대(=인플레이션 유발 정책)를 원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의견을 밝혀보겠습니다. 

관련글 : http://estin.net/forum/news/id/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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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재정위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부도 위험만 따로 사고파는 금융상품, CDS(Credit Default Swap)의 프리미엄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모두 400bp이상의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유로존 내 3위와 4위의 경제대국까지 재정위기 우려가 확산된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전염효과’이다. 최근 스페인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5.43%까지 상승했는데, 같은 날 독일 금리는 0.47%에 불과했다. 2년 만기 금리는 정책금리 동향에 가장 민감한 ‘단기금리’로, 동일한 통화(Euro)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들의 금리 수준은 동일해야 마땅하다. 다시 말해 저금리 국가(=독일)에서 차입해 고금리 국가(=스페인)에 투자하는 순간, 1년에 5% 포인트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스페인으로 자금이 유입되어 금리가 낮아져야 하지만, “스페인 국채도 안심할 수 없다”는 공포가 확산된 결과 남유럽 국채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 요인은 과도한 국가부채 및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를 들 수 있다. 물론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는 2011년 기준 GDP의 -4.4%와 0.5%로 유로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강력한 재정긴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부각되고 있다([표 4] 참조). 특히 IMF의 추산에 따르면, GDP대비 1%포인트의 세금인상은 그 다음해 경제성장률의 0.55%포인트 하락으로 연결된다([그림 24] 참조). 결국 재정긴축 정책이 성장률을 떨어뜨려 세수를 더욱 위축시키고, GDP대비 국가부채 규모를 더욱 늘리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만기가 2012년 초에 집중되는 것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월별 국채 만기 도래 규모를 조사해 보면, 2∼4월 중 이탈리아는 1,418억 유로 스페인이 438억 유로 규모의 국채 만기가 도래한다. 이렇듯 2012년에 대규모 국채 만기가 도래하는 이유는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단기 국채의 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며, 일부 투자자들은 이들 국가의 만기연장(Roll-Over)이 어려움을 겪으며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규모 국가부채를 가지고 있는 국가가 ‘지불능력’에 대해 의심받게 되면 그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 가장 대표적인 해결책이 부채의 구조조정이지만, 최근 그리스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50%의 hair-cut(채권가치 상각)도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특히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처럼 GDP대비 각각 56%와 100%에 이르는 거대한 국가 순부채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은 국채금리의 상승이 곧 ‘지급불능 위기’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국가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 답은 두 가지 정도로 제한된다.

첫 번째는 재정적인 통합을 진전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방정부가 어려움에 처했더라도, 지방정부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은 커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지방정부의 재정긴축을 전제로 중앙정부가 부채를 대신 지급할 것이라는 신뢰가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로존 내에서 재정통합을 진전시키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일단 각국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재정통합을 어느 수준까지 진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결국 첫 번째의 해결책은 ‘올바른 길’임에는 분명하나, 2012년 내에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두 번째 해결책은 바로 ‘인플레이션’ 유발이다. 물론 지금 유럽연합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독일사람들이 들으면 펄쩍 뛸 일이긴 하지만,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인플레이션만큼 비용이 적게 드는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으로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960년대 미국이다([그림 27] 참조).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대규모 재정적자가 발생했지만, 미국 정부의 순 부채는 오히려 줄곧 감소하기만 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바로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국가의 조세수입은 증가하며, 또 기존 채권의 가치는 큰 폭 절하되어 국가부채의 부담이 사라지게 된다. 이미 하버드 대학의 로고프교수는 그의 저서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 Eight Centuries of Financial Folly)”을 통해, 파산상태에 처한 국가들의 대부분이 20% 이상의 강력한 인플레이션을 통해 국가부도의 위기를 모면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그림 28] 참조). 다시 말해 ‘국가부도냐, 아니면 인플레이션이냐’라는 선택에 직면하는 순간, 대부분의 국가들은 서슴없이 인플레이션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단일한 경제공통체로 묶여 있는 유로존에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ECB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물론 ECB는 지난 7월까지 두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함으로써,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을 정면으로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4월과 7월 정책금리 인상 이후 금융시장은 이내 요통치기 시작했으며, 특히 7월의 정책금리 인상(1.25→1.50%) 이후에는 역내 경제 규모 3위의 대국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수직상승하기 시작했다. 재정위기 가능성이 부각되는 순간, 이탈리아 채권을 대거 보유한 프랑스(4,164억 달러)와 독일(1,618억 달러) 금융기관의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되며 금융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져들고 말았다.

결국 지난 11월에 단행된 ECB의 금리인하(1.50→1.25%)는 ECB의 이전 정책 노선의 전면적인 수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금리인하와 함께 이탈리아 등 현재 고금리 국가들의 채권을 매입하는 이른바 SMP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ECB의 방향 전환에 대해 독일 정책당국의 반발이 나타나고 있지만, 역내 3위와 4위권 경제의 ‘파산’ 가능성이 대두되는 시점에서는 그 강도가 약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유럽 채권 금리는 상당 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유로화의 약세 가능성을 높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