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GDP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조작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음모론에서 자주 활용되는 단어라서) GDP의 개념 자체가 많은 한계가 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GDP의 문제점은 교과서에도 이미 지적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물론, 문제점은 인식하면서도 분석을 행할 때는 크게 고려하지 않죠. 최근 스티글리츠 등은 GDP의 대체할 통계방식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대체할 만한 것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GDP의 한계는 한 문장으로 표현됩니다.
"당신이 이제까지 식사와 세탁을 부탁하고 돈을 지불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은 GDP를 줄어들게 하는 일이오"
GDP의 증가가 부의 증가와 일치하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첫번째로 GDP는 시장에서 유통되는 재화와 서비스만을 측정합니다. 자가소비되거나 시장기구 밖에서 교환되는 것들은 모두 GDP에 제외되지요. 전통적인 경제활동의 대부분이 « 시장 밖에서 » 이뤄지는 발전도상국에서는 이로 인한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비상업적(영리활동이 아니라는 의미) 활동들이 상업적 영역에서 이뤄지는 활동으로 전환되면 생산물이 같더라도 GDP의 증가를 가져옵니다. GDP 증가가 부의 증가를 반영하지 않는 사례이지요.
예를 들면,
농업과 같은 전통적 산업에서는 생산이 자가소비를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쌀은 GDP 산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회계상의 관점에서 보면 이 재화는 존재하지 않는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쌀을 전부 수출을 위해 생산한다면, 이 재화는 세계 시장 가격에 따라 그 나라의 GDP에 완전히 반영됩니다.
그런 부분을 간과하고 GDP 통계 수치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람이 있다면, 수출에 특화한다면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조언을 할 것입니다. 실제로 수출 확대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으로 쌀을 세계시장에서 사들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GDP는 증가합니다. 그런데, GDP는 자가 생산하던 쌀의 생산이 사라졌다는 것을 전혀 반영하지 못합니다.
이런 경우가 많다면, GDP의 증가를 세계경제의 성장 지표로 받아들일 경우, 실제적인 부의 증감을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가 소비를 생산이 더 효율적이었다면, GDP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그 나라의 실질적인 부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선진경제에서도 GDP로 인한 착오가 발생합니다. 1960년대와 1990년대 사이 도시가계 내에서 이뤄지든 소비의 상당부분이 상품 구매로 대체됩니다(예: 집에 밥을 먹다가 외식하게 되는 것) 의해 대체됩니다. 그리고, 대기업 내의 중간생산단계가 기업들의 외부로 이전되어, 공장내의 비상업적 거래가 상거래로 잡히게 됩니다. 하청(혹은 아웃소싱)을 활용하는 일이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크게 증가했지요.
이처럼 GDP가 부의 증가와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증가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왜냐하면 하청이나 아웃소싱에 맡겨진 일들이 그 이전까지는 기업 내에서 이뤄져 구매나 판매로 계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이래 경제의 구조적이고도 제도적인 변화로 인해, 이제까지 수량화되지 않던 활동들이 통계적으로 명확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경향은 경제에서 서비스 부문의 확대라는 양상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총생산(GDP) 내에서 2차산업 부문과 서비스 부문의 비중 변화는 ‘후기 산업화(post-industrical) 경제’의 특징이라는 것은 상당부분 이 같은 통계적인 효과에 의한 환상입니다. 이 메커니즘은 새로운 재화나 서비스의 창출 없이 장기간에 걸쳐 GDP의 증가를 가져왔습니다.
물론 한 국가나 세계적 차원의 GDP 증가가 전부 통계적 가공물이라는 것은 아니며, 이러한 문제가 big brother에 의한 의도된 조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1990년대말까지 세계 GDP는 크게 증가했지만, 그 시기는 경제활동의 상품화가 빠르게 진행된 시기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의 통계적 가공물이 회계적 관행에 따라 GDP와 GNP 산정에 포함되었을 것입니다.
최근 30여년 간 세계무역의 상승과 GDP의 증가의 일부분은 « 실제적인 » 변화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경제성장에 기여했는가에 대한 문제를 논할 때, 'GDP가 만들어 낸 허상'은 배제해야 합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그것을 대체할 다른 개념이 없습니다. 교과서적인 이해도 중요하니 공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표는 그 자체가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실제 경제의 상황을 짐작해내기 위해 사용하는 리터머스 시험지 같은 것이죠. 건강 상태를 재기 위한 체온계라 할 수도 있구요. 지표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만으로 지표를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지표의 한계를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잘 해석할 줄 알아야 합니다.






댓글(13)
좋고.. 또 쉬운 글 감사드립니다.
12.02.09 18:11 Ⓡ
잘 읽었습니다.
질문 하나만 하겠습니다. 외주로 인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지 못하는게 문제 인건가요 아니면 수치자체에 영향을 미치는건가요?12.02.09 20:03 Ⓡ
3차 산업의 발전, (호프만 법칙이라고 하죠. 경제가 발전할 수록 2차, 3차의 비중이 증가한다) 부분이 과대평가되어 사회변화를 실제 변화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통계상의 3차 산업의 증가가 독립적으로 새로이 창출된 것으로만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12.02.09 22:37
그런 문제제기가 가능하겠군요. 좀 헷갈리는데.....일련의 여러 단계의 생산공정이 단계별로 분리된 회사의 공장에서 이뤄지거나 한 회사의 공장에서 이뤄지거나 부가가치의 합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겠네요. 그런데, 큰 회사에 구내식당을 운영하다가, 이후에는 구내식당을 분리해서 매각하거나, 아니면 독립회사로 분리시켰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여전히 좀 헷갈리는데....다른 예를 들어보면, 한국은 생산공정을 분리시켜 중국에 공장을 세웁니다. 그렇게 될 경우, 국내에서 단일공장에 있을 때 사내 활동이던 것이 수출과 수입으로 잡히게 되죠.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나? 좀 더 생각해봐야겠네요.
하지만, 앞서 든 예, 시장밖의 생산이 고려되지 않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구요. 아웃소싱의 문제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네요.
12.02.09 20:09 Ⓡ
네 자가소비,시장밖의 거래,지하경제 공해로인한 삶의질 저하 등 을 반영하지 못한다는건 분명하죠. 12.02.09 20:15
분리해도 회사는 원가절감을 통해 부가가치가 늘어나고 매입회사도 부가가치는 발생할수 있지만 회사의 부가가치 증가분만큼 납품업자나 근로자의 부가가치가 감소하겠죠.12.02.09 20:31
그리고 후기산업화의 특징이 회계적 통계적 가공물이라 하셨는데 자기소비하던제품이나 용역을 타인에게 제공함으로써 자가소비되어 잡히지 않던 부분이 잡힘으로써 통계적가공물이 발생했다는 이야기신거죠? 12.02.09 20:28 Ⓡ
서비스 산업(3차 산업)의 증가 부분 중 상당부분은 기업 내에서 이미 이뤄지고 있던 부분이 분리되어나온 것이라는 이야기죠. 1차 2차 3차로 산업을 구분할 때 3차 산업의 증가부분이 과대 평가되었다고 할 수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12.02.09 22:34
그럴수 있겠네요. 지속적인a/s감사합니다. 12.02.10 13:34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근데 댓글을 보니 좀 했갈리는데..
GDP가 최종 생산물로 계산하니 생산공정을 분리해도 GDP는 동일해야 하지 않나요?
감희님이 말씀하신 GDP 뻥카는
어린 아이를 키우던 엄마가 일하러 나가 돈벌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상황으로 이해하면 될런지요?12.02.09 21:48 Ⓡ
......교과서 경제학에서도 인정하는 GDP 통계의 약점이지요. 두 가정이 각자 자기 집 청소를 하다가, 서로 청소를 해주고 임금을 주면 (이것이 통계에 잡힌다면), 실제 일어난 노동은 차이가 없는데, GDP는 증가하게 되죠.
중국의 경우, 시골 동네에서 이웃들에게 머리를 깍아주던 사람이 개체기업으로 동록하여 일을 하게 되니, GDP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탈리아는 지하경제가 많은데, G7 가입할 때인가(확실하지 않음), 이제까지 집계하지 않던 경제활동을 집계하니 GDP가 크게 증가했다고 하더군요 (들은 이야기임). 지하경제를 통계로 잡는 것은 실제 경제활동을 지표에 반영시키는 일이니, 문제가 될 것은 없지요. 경제성장률을 낸다고 할 때, 갑자기 엄청난 부의 증가한 것처럼 보일 수 있죠. 12.02.09 22:44
위의 댓글에 달았듯이, 공정의 분리 자체는 GDP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관련 문헌들을 한번 더 검토해봐야겠습니다. 12.02.09 22:45
무역과 관련해서, 소련연방 붕괴 전에는 국내교역이던 것이 소련 연방의 해체로 독립국가연합 회원국간의 교역이 국제무역으로 분류되면서 세계무역이 크게 증가했다는 통계적 착각을 낳았죠.
부가가치의 합이 달라지는가의 문제는 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12.02.09 22: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