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기고용으로 작성하다 유럽정상회의 결과를 보고 완성하기로 한 글의 초안입니다.
(완결된 글이 아니라는 이해해주시길).
독일정부가 재정규율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세계위기로 확대될 수도 있는 유로존의 혼란에 대한 책임을 남유럽의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돌림으로써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한지 모른다. 프랑스는 이미 취약해진 재정상태와 금융시스템의 파국을 당장 모면하고 보자는 단기적 입장에서 구제금융의 자금을 양보받기 위해 독일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 같다.
두 나라 모두, (이미 10월 정상회담때부터) 유로존의 붕괴를 사실상 인정하고 다음을 위해 위장된 행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유로존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연합정상회의가 한국 시간으로 9일 개최된다. 이번 회의에서 위기 해소를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유로존 붕괴와 함께 세계경제가 파국적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최종적인 해법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그런데, 유로존의 주도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정상회의에서 제안하기 위한 합의 내용을 검토해보면 두 나라가 실제적으로 유로존의 정상화와 안정적 발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독불의 타협안은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체적인 윤곽은 알려져 있다. 독일의 요구대로, 유로존 회원국들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각각 GDP 대비 3%와 60% 한도를 준수할 수 있게 강제하고 위반시 엄중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성장안정협약을 개정하여 재정통합을 강화하고, 그 대신 독일은 재정취약국에 대한 자금 지원을 돕는다는 것이다.
지원 방법으로는 EFSF(유럽재정안정기구)의 기금을 레버리징하는 방안과 2013년부터 상설기구로 도입예정이던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의 조기 도입하여 재정지원자금을 확충하는 방안, 그리고 IMF를 활용한 자금 확충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불량국채 매입이나 유로본드 발행은 독일이 이미 완강히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독일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재정동맹은 유로존이 단일통화권으로서의 제도적 결함을 교정하는 데 필요한 연방주의적 재정통합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로존이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은 사회경제적 특성이 상이한 나라가 화폐를 단일화할 경우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재정통합을 기하지 않고 출범했던 데 있다는 점은 이미 늘리 공유되고 있는 진단이다.
단일통화권의 회원국 간에 가격, 임금, 생산성 등이 다른 경우, 대외경쟁력 향상을 기할 수 있는 평가절하의 수단과 경제침체기에 금리인하를 할 수 있는 수단을 상실한 것을 보완해주어야 한다. 즉 경쟁력 격차로 회원국간에 경상수지의 불균형이 발생하면 흑자국에서 적자국으로 재정을 이전시키는 기제를 갖추어야 통화동맹은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에 해당하는 단위가 독자적인 징세권과 예산집행권을 가져야 하는데, 단일통화권이라 할 수 있는 연방제국가의 사례에 비춰보면 중앙의 예산지출이 전체 예산의 50%를 상회해야 한다. 대표적인 단일통화지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지방정부 예산지출이 2010년의 경우 GDP의 20%인 반면 연방예산지출은 GDP의 25%를 차지하며, 경제수준이 높은 주에서 낮은 주로 재정을 이전하는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 차원의 예산은 GDP의 1%에 불과하며 회원국가의 독자적 예산의 합은 EU전체 GDP의 44%를 차지한다. 유로존이 현 상태에서 미국식 재정동맹으로 단기간 내 전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런데, 독일이 강력히 주장하는 재정동맹은 회원국가의 재정운영을 엄격히 규율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 경쟁력 격차를 상쇄할 재정이전의 기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 혹은 유로존 차원의 재정 규율의 강화는 유로존 위기가 남유럽 국가의 방만한 재정운영만을 원인이라는 전제로 깔고 있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북유럽과 남유럽 간의 경상수지의 구조적 불균형에 있다.
따라서 재정규율의 강화는 재정취약국에게 과도한 긴축정책을 강요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어렵게 할 뿐, 재정적자의 원인이었던 경상수지 적자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구제금융방안은 당면한 디폴트를 일시적으로 연기할 뿐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독일과 프랑스가 현 위기를 대하는 실제적인 태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독일 정책당국이나 경제전문가들이 재정규율강화와 임시적인 구제금융으로 유로존의 구조적 위기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독일과 프랑스의 언론들도 유로존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연방제적 재정통합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유일한 해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없다는 인식 하에서 유로존의 두 지도국은 유로존 붕괴와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유로존의 탄생은 통일독일이 과거처럼 유럽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독일은 유로존 내에서 경상수지 막대한 흑자를 누린 통화통합의 최대 수혜자이다. 따라서 독일정부가 재정규율을 강화하자는 강경한 입장은 세계위기로 확대될 수도 있는 유로존의 혼란에 대한 책임을 남유럽의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돌림으로써 국제적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할 수 있다.
그리고 프랑스는 이미 취약해진 재정상태와 금융시스템의 파국을 일단 하루라도 모면하고 보자는 입장에서 구제금융자금을 양보받고자 독일의 명분에 동의를 표하고 있는지 모른다.
결론은 독일과 프랑스는 이미 유로존 붕괴를 전제로 위장된 행동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댓글(17)
좋은 글 감사합니다 ^^11.12.09 10:14 Ⓡ
만약에 그 이후 시나리오를 준비한다면 어떤 방법의 수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유로존 자체가 해결 방법이 없다는 얘기들은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 다음 대체의 방법이 그려지지가 않네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추천드리고 갑니다11.12.09 10:57 Ⓡ
갈라설 맘을 먹고 책임회피용이라는 거군요...11.12.09 11:27 Ⓡ
좋은 글 감사합니다!11.12.09 11:53 Ⓡ
세밀한 분석과 해석,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11.12.09 11:56 Ⓡ
붕괴시 시나리오 꽤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제 그것을 정리해봐야 할 듯한데...11.12.09 12:03 Ⓡ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11.12.09 13:20 Ⓡ
오호라.. 이렇게 보기도 하는군요.. 주옥같은 글 잘봤습니다. 요는.. 독일이 제대로된 철학을 갖고 움직이는 것 같아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인데... 재정통합... 그게 좀 어려운 이야기 아닌가요? 분명히 재정통합의 전제에.. 감희님의 표현을 빌려보자면.. 경상수지의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한다는것은 당연하지만, 어쩌면.. 유로의 문제는 경제적인 부분도 그렇거니와.. 정치적인 부분도 상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보이는 것이 그렇다하여 결론이 그렇게 나기는 어려운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질서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붕괴되지는 않더군요.. 역시, 제눈에는.. 결국에 독일은 유로존을 지원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대신 독일로서는.. 일종의 '명분'을 찾고있는 과정이 아닐까 보고 있습니다.. 먼저 패를 내놓고 따라와~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니까요.. 남유럽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야.. 기본으로 깔고.. 그 이후의 유로존을 유지하기위한 독일의 결단을 내리기전에.. 유로존의 경제권력을 좀더 장악하려는 실익과 명분을 찾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CB의 지분도.. 제 기억으로는.. 독일이 한 25% 이상되었고, 프랑스도 20%인가 그랬던거 같은데..
후아.. 만약에.. 감희님 말씀대로 간다면.. 진짜 세기에 한번 볼까말 하는 빅 이벤트를 몇년새 또 보게 되겠네요.. 암튼 잼납니다.. 독일 국채도 이번에.. 60%대밖에 못팔아치웠으니.. 발등에 불이 제대로 떨어졌습니다.. 이번 정상회담..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요.. ^^ 흥미진진~11.12.09 17:54 Ⓡ
간단합니다.
화폐통합은 연방제적 재정통합 없이는 유지되지 않는다.
재정통합은 같은 국민국가가 아니면 평화적 방법으로는 안된다.
유로존은 여러 국민국가의 연합이지 단일주권국가가 아니다.
그래서 연방제적 재정통합 못한다.
고로 유로존은 유지될 수 없다.
붕괴는 단지 시간 문제다.
참고;화폐는 주권이다.11.12.09 19:09 Ⓡ
독일은 긴축을, 프랑스는 ECB의 역할 확대를 위한 동상이몽을 꾸고 있습니다.
두 나라 다 진정한 재정통합을 위한 논의는 전혀 없는 게 맞습니다.
마크 파버는 이번에 머니 프린팅을 한다면, 위기를 몇 년 연장할 수 있을 거라 했는데
돈찍기는 왠지 요원해 진 듯 하군요.
재정통합의 요지는 재정 이전! 잘 배웠습니다.11.12.09 19:09 Ⓡ
유럽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의 역할(중앙은행만의 고유한 역할)을 하면 위기해소합니다. 근데 ECB는 진정한 중앙은행이 아닙니다. 11.12.09 19:18 Ⓡ
EU라고 같은 이름 뒤집어 쓰고 있어도 각자 이해관계가 다르죠. 다른 국가들의 정치인들도 머리가 있으면 절대 주권을 포기하진 못할테니 독일도 절대 돈 내놓을 생각은 없을거라 봅니다. 11.12.09 19:53 Ⓡ
독일이 재정통합하에서의 강력한 규제사항에 대해서만 언급할 뿐 취약국으로의 자본 이동에 관한 사안에는 소극적이라는 내용에 동감하며, 매우 날카로운 지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유로존의 붕괴를 생각하고 정치쇼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기엔 다소 비약적이지 않나 싶습니다.11.12.09 20:16 Ⓡ
감탄했습니다....고맙습니다.11.12.09 22:24 Ⓡ
Veni_Lumina 님 // 왜 비약적인가 하면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Economist 지 11월 26일자에 따르면, 독일의 경제전문가 위원회는 "각국의 GDP 60%를 초과하는 부채를 공동부담하고, 25년간에 걸쳐 조세 수입의 일부를 사용하여 갚도록 한다"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독일정부는 이 아이디어를 일축했다고 합니다. 유로존을 현실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방안을 알면서도 거부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지.11.12.09 23:44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11.12.09 23:49 Ⓡ
좋은글 감사합니다.11.12.10 01:58 Ⓡ